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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통상] [김병연 회원] 중앙시평: 이상한 나라는 있어도 특별한 경제는 없다 (중앙일보 2021.06.23)
Date: 2021-06-23

중앙일보  |  김병연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장·경제학부 교수

입력 2021.06.23

 

사회주의 경제학은 이념의 도구
경제 이해와 정책에 도움 못 돼
김정은의 무지가 택한 자력갱생
경제난 키울 뿐, 협상 이외 길 없어

 

2010년대 중반에 김일성대 경제학부 출신의 북한 외무성 관료를 회의에서 만났다. 30대의 그는 영어 구사가 유창했고 담당 분야의 지식도 풍부했다. 회의 후 시내 관광을 위해 버스를 탔을 때 그의 옆자리에 동석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물었다. “경제학부에서 ‘수요와 공급’에 대해 배웠습니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주로 뭘 배웠습니까.” 그가 답했다. “주체사상에 근거한 우리 북조선 경제가 얼마나 특별하며, 얼마나 많은 발전을 이룩했는지 배웠습니다.” 필자에겐 이 말이 경제에 관해 정말 필요한 지식은 전혀 배우지 못했다는 고백처럼 들렸다.

학문에서 남북 간 수준 차이가 가장 큰 분야는 경제학일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경제학은 사회를 분석하는 도구라기보다 이념을 옹호하는 프로파간다에 가깝다. 경제학을 배워도 경제를 제대로 알기 어렵다는 의미다. 통일 이후 동독에선 서독 출신 경제학자 수요가 급증했다. 경제학이란 이름으로 사회주의 이념을 가르치던 동독 대학 교수들을 한꺼번에 내보내고 서독의 경제학자로 대체해야 했기 때문이다. 시장경제로 이행하던 러시아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자본주의로 접어든 후에도 여전히 마르크스 경제학을 가르치던 모스크바국립대의 명성은 떨어졌다. 반면 고등경제대학이나 신경제대학처럼 젊은 러시아 학자나 외국 연구자를 교수로 채용한 신생 대학의 경쟁력은 치솟았다.

경제에 대한 무지가 북한을 더 큰 위기로 내몰고 있다. 제재 전 북한경제는 이름만 사회주의지 실상은 무역과 시장에 절대적으로 의존했다. 원부자재, 기계 장비, 부품을 수입해서 공장 가동률을 높였다. 무역으로 외화를 벌고 소비재도 수입하니 시장이 발전했다. 그러면서 무역과 시장이 선순환했다. 이 모든 것이 경제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줄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데 제재와 코로나 사태로 경제가 어려워지자 김정은은 과학기술로 자력갱생하겠다며 무역과 시장을 옥죄고 있다. 방역도 한 이유다. 그러나 과학기술이 어떻게 단시간에 발전할 수 있나. 수입 차단으로 망가진 공급망이 어떻게 갑자기 메워지나. 거꾸로 가는 정책 때문에 주민의 삶은 더욱 피폐해지고 있다.

 

중략

 

기사 원문 출처: https://news.joins.com/article/24088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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