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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정치] [김병연 회원] 중앙시평: 북한의 속셈, 문 정부의 패착 (중앙일보 2021.08.18)
Date: 2021-08-18

중앙일보  |  김병연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장·경제학부 교수

입력 2021.08.18 

 

남북 통신선은 연결된 지 2주 만에 불통 상태에 빠졌다. 김여정이 취소하라고 요구했던 한미 연합훈련을 예정대로 실행한 데 대한 반발일까. 형식적으론 그렇겠지만 북한의 셈법은 훨씬 복잡해 보인다. 이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위주의 훈련에 대해 북한이 보이는 과잉 반응에서 드러난다. 김여정은 주한미군 철수로 해석될 수 있는 주장까지 내놓으며 판을 키웠고, 한 술 더 떤 김영철은 엄청난 안보 위기를 느끼게 해 주겠다며 한국을 위협했다. 규모를 더 줄인 훈련에 대해서 북한이 이전보다 훨씬 거세게 대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나.

김정은의 속셈을 아는 단서는 북한 정권이 어떤 내용을 주민에게 알렸고 어떤 내용을 알리지 않았는지다. 김여정과 김영철의 담화는 공개한 반면 통신선 연결은 알리지 않았다. 언뜻 보면 이해하기 쉽지 않다. 통신선 연결은 경제적으로 힘든 북한 주민에게 반가운 소식이지만, 긴장과 대결을 함축하는 담화는 낙담되는 뉴스다. 남북 통신선이 연결된다면 남한의 인도적 지원이 뒤따를 수 있고 이는 김정은에 대한 주민의 지지에도 도움이 될 법한데, 왜 북한 정권은 좋은 소식은 감추고 나쁜 소식은 공개했나. 이 기이한 결정을 제대로 알려면 김정은의 시각으로 이 문제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독재자의 모든 길은 권력으로 통한다. 김정은은 통신선 연결의 성과로 권력을 강화하고자 했다. 하지만 북한이 가장 필요한 식량 등의 지원을 그냥 받으면 김정은이 수없이 외친 자력갱생의 실패를 대내외에 인정하는 결과가 된다. 독재 권력의 몰락은 권력자의 하찮은 실력을 주민과 권력층이 알아차릴 때 시작된다. 하노이 회담의 결렬로 이미 그의 외교 실력의 밑천이 드러난 상태에서 경제에서도 자충수를 인정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식량난을 완화해 주민의 마음을 일시적으로라도 얻기 위해선 외부 지원을 받아야 하겠지만 김정은은 자력갱생을 주창한 그의 권위가 훼손될 것이 두려웠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인과관계를 뒤바꾸고 분식(粉飾)하는 것이다. 북한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남한이 사정해서 통신선이 연결됐다는 논리와 정황을 만들어 사후에 공개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중략

 

기사 원문 출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4129971#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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