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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산업•환경] [이정동 회원] 이정동의 축적의 시간: 기업의 가장 중요한 사회공헌은 교육투자다 (중앙일보 2022.04.18)
Date: 2022-04-18

중앙일보 | 이정동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과정 교수,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과학특별보좌관

입력 2022.04.18

 

몇 년 전 막내가 학교시험을 앞두고 공부하는 것을 우연히 보다 깜짝 놀랐다. “포항, 과메기, 포항, 과메기…….”라고 중얼거리길래 뭘 하는지 물어보니 지리교과 내용을 암기하는 중이었다. 아직 과메기를 먹어 보지도 못한 아이가 포항이 과메기의 특산지라는 맥락 없는 지식을 꾸역꾸역 머릿속에 집어넣고 있었다. 양손 엄지로 입력하는 시간을 다 더해도 휴대전화로 10초면 찾을 수 있을 지식을 왜 아직도 외우게 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 이렇게 맥락 없는 지식은 머릿속에 들어가도 바로 휘발된다. 나도 암기 천지의 시대를 지났다. 학령인구가 그때보다 현저히 줄었고, 그에따라 초·중등학교의 학생당 교육 투자비는 계속 늘었다는데, 한세대가 지나도록 ‘포항, 과메기’를 중얼거리는 풍경은 변하지 않고 있다. 얽히고설킨 이해관계, 굳어버진 제도와 관행 탓을 하다 그렇게 또 수십 년이 흘렀다. 대학 교육도 위기에 직면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2015년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교육방송 다큐멘터리의 제목이 ‘서울대 A+의 조건’이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심층 취재를 통해 얻은 결론은 한 가지다. ‘농담까지 필기하고 철저히 외워라.’ 안타깝게도 2022년이 된 지금 대학교육의 내용과 형식이 바뀌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2013년에 시작된 프랑스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훈련기관 에꼴42의 시도는 이런 견고한 틀을 깨는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전공과 경력·국적을 불문하고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학위도 없고, 학년도 없이 42단계의 과정을 본인이 희망하는 때 밟아갈 수 있다. 교수·교재·학비가 없는 3무 정책으로 유명한데, 성적증명서 등으로 선발하는 통상적인 입학시험도 없다. 대신 4주간 피신(La piscine)이라는 예비학교를 거쳐 교육생을 선발한다. 우리말로 수영장이라는 뜻으로 물에 빠져도 살아남는 열정이 있는지를 보겠다는 뜻이다. 그중에는 24시간 동안 한 시간에 하나씩 코딩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시험도 있고, 후보생들끼리 짝을 지어 프로그래밍하지 않으면 안되는 과정도 포함되어 있다. 밤을 새우기 일쑤고, 문제의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인간의 한계를 경험한다고 한다. 교수가 없기 때문에 끊임없이 서로 동료평가를 해주고 받으면서 스스로 성장해나간다. 에꼴42의 교육과정은 죽어있는 교과서가 아니라 살아있는 시행착오 경험을 통해 학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권위있는 교수의 정답이 아니라 도전에 직면한 사람들이 집단지성으로 최초의 희미한 답을 만들고 끈질기게 개선해나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이 학습과정 전체는 고도로 프로그램화되어 있어 쉽게 확산이 가능하다. 그 결과 현재 실리콘밸리를 포함하여 15개국 21개 캠퍼스로 확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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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 출처: 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sid1=110&oid=025&aid=0003188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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