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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정치] [이신화 회원] 관세전쟁 본질과 ‘포츠머스’의 기억 (문화일보 2025.09.02)
Date: 2025-09-04

문화일보 | 이신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통일융합연구원 원장, 전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전 유엔사무총장 평화구축기금(PBF) 자문위원

 

입력: 2025.09.02

 

미국 북동부 피스카타콰 강을 따라가면 1800년에 세워진 포츠머스 해군조선소가 보인다. ‘과거를 자랑하며, 미래를 준비한다’(Proud of Our Past, Ready for the Future)라는 표어 아래 이곳은 두 차례 세계대전과 냉전기를 거치며 미 해군력의 상징으로 자리해 왔다. 그러나 지금의 미국은 사정이 다르다. 중국 해군은 이미 400척으로 팽창했지만 미국은 280척에 머물고, 국내 조선업은 쇠락해 노후 함정 수리조차 버겁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구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변주해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세계적 수준의 조선 기술을 앞세운 협력은 미국의 관세 요구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기여했고, 조선소의 표어를 바라보는 순간 한국이 이제 미국의 필수 파트너라는 뿌듯함이 스며든다.

하지만 강 건너 뉴햄프셔주 뉴캐슬 섬 호텔이 불러오는 기억은 차갑다. 1905년 이곳에서 열린 포츠머스회담은 러일전쟁을 종결지었고, 양측 대표단은 두 달가량 머물며 조선소 건물 86호에서 협상을 이어가 최종 조약을 체결했다. 중재자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그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러나 세도정치와 권력다툼, 친일·친러·친미로 갈라진 외세 의존 속에서 무력해진 대한제국은 당사자임에도 열강의 협상 구조에서 철저히 외면당했다. 결국, 한국에 돌아온 것은 단 한마디 상의도 없는 주권 상실과 강제된 을사늑약뿐이었다. 지금 호텔 벽에는 영어와 일본어로 된 커다란 ‘평화협약의 여정’(Peace Treaty Trail) 지도가 걸려 있지만, 한국의 희생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았다. 포츠머스의 ‘평화’는 강자들의 영예였을 뿐, 한국에는 치욕으로 남았다.

 

 

 

하략

 

기사원문출처: https://n.news.naver.com/article/021/0002733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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