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 김병연 서울대 석좌교수·경제학
입력: 2025.09.10
중국의 전승절 행사는 강렬했다. 시진핑 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천안문 망루에 섰다. 베이징 3인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도전적 의지를 표출했다. 전승절 직전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까지 개최한 중국은 미국의 거센 압박에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세계 질서의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대충 끝내지 않겠다는 뜻을 굳혔다. 북한은 ‘빅(Big) 3’에 포함된 핵보유국으로서 비핵화는 생각에도 없다고 못 박았다. 대일 승전 기념행사였지만 실상은 모두 미국을 겨냥했다. 시점도 절묘하게 골랐다. 관세전쟁으로 미국이 우방국과 갈등을 겪는 때에 북·중·러는 하나로 뭉쳤음을 보여주려 했다.
3인 중 김정은의 표정이 가장 밝아 보였다. 그는 러시아에 무기와 병력을 보내 지정학적 체급을 올렸고, 대가로 군사적 지원과 외교적 지지도 받는 성과를 거두었다.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점이 문제였지만 이번 방문으로 대중 관계도 정상화되었다. 북한은 코로나 사태 이후 대중 무역이 크게 늘 것으로 전망했지만, 작년 북·중 무역 규모는 2019년의 78%에 불과했다. 북·러 밀착을 경계한 중국이 유엔안보리 제재를 비교적 엄격히 적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도 곧 해결되리라고 믿는다. 특히 경제무역 협력을 심화하자는 요청에 중국이 응한다면, 중국발(發) 경협과 러시아산 군사기술을 결합해, 마침내 ‘핵·경제 병진’이라는 오랜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나아가 세계 질서가 다극화되면 중·러 축의 강국이 될 수 있으니 더는 미국이나 한국과 핵을 두고 협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세계 질서가 베이징 3인이 꿈꾸는 대로 흘러갈까. 이는 미국의 대응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러시아와 북한 내부의 경제 상황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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