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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 [김병연 회원] 중앙시평: 재난은 신뢰자본을 축적할 기회다 (중앙일보 2020.02.19)
Date: 2020-02-19

[중앙시평] 재난은 신뢰자본을 축적할 기회다

중앙일보| 김병연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입력: 2020.02.19

 

시카고 공항에서 겪은 일이다. 새벽에 다른 공항에서 시카고로 와 귀국 편 비행기를 타기 위한 수속을 마쳤다. 그런데 게이트와 면세점으로 나가는 출구 문이 열리지 않았다. 출구 앞은 여권과 보안 검사를 마친 사람들로 이내 장사진을 이루었다. 속으로 ‘이게 미국의 문제야’라며 불평했다. 한참 후 방송이 나왔다. 열쇠를 갖고 있는 신입 직원이 늦잠을 잤으며 이제 오고 있다는 것이다. 10여분이 더 지나 드디어 출구 문이 열렸고 앳돼 보이는 청년이 나타났다. 그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출구 앞에서 기다렸던 사람들이 비난은커녕 박수로 격려했고 ‘괜찮아’라고 외쳤던 것이다. 청년은 감격스러워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필자도 어느 순간 박수를 치고 있었다. ‘이게 선진국의 힘이야. 공동체의 품격이야’라면서.

그 청년은 자신의 실수를 따뜻하게 품어주었던 사람들을 잊지 못할 것이다. 언젠가 그도 다른 이의 실수를 너그럽게 용서하는 사람이 돼 있을 것이다. 이렇게 용서가 교환되면 사람 사이 신뢰가 싹튼다. 신뢰는 개인적 위기에서 다른 사람이 보여주는 말과 행동을 통해 형성될 수 있다. 순수한 실수와 고의적 악행을 잘 가려 전자는 포용하지만 후자는 엄격히 처벌하는 나라에선 사람과 제도에 대한 신뢰가 높다. 신뢰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공동체를 안전하게 만들며 구성원의 행복을 증가시킨다. 이것이 신뢰를 ‘사회적 자본’이라 부르는 이유다.

 

중략

 

기사 전문 출처: https://news.joins.com/article/23709508

English Version: https://koreajoongangdaily.joins.com/2020/02/19/columns/The-trust-standard/30740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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