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 야만의 시대는 지금도 계속된다
중앙일보| 김병연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입력 2019.04.10 00:17
학창 시절 때 가슴 아팠던 기억이 있다. 학교에서 성적 부진 학생의 학습 능력을 올리겠다며 공부 잘 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을 짝으로 앉혔다. 공부 못하는 학생이 친구에게 배워 성적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로 움직였다. 어떤 선생님은 내 짝에게 질문을 던지고 제대로 답하지 못하자 자리가 아깝다며 쥐어박았다. 공부 더 잘 하라고 준 자리가 더 많은 매를 맞는 자리가 됐다. 성품 좋은 친구는 맞고서도 괜찮다는 듯 웃는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미안함과 무력감으로 한참을 고통스러워했다.
당시엔 전교생 성적을 일등부터 꼴찌까지 복도에 붙여놓는 고등학교가 많았다. 기업의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근로자처럼 학생은 숫자였고 성적을 생산하는 노동자였다. 학교와 집 어디에서도 공부 잘 하면 존대를, 못하면 천대를 받았다. 그 땐 나중에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사회적 가치가 다양해질 줄로 생각했다. 우리 자녀 세대엔 이런 야만적 경쟁이 없어질 것이란 희망이 있었다. 그렇게 믿고 우리만 야만시대를 살아내면 되리라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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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전문 출처:
https://news.joins.com/article/23436407
영문: https://koreajoongangdaily.joins.com/news/article/article.aspx?aid=30616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