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읽기] 취업 실종 시대
매일경제 |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입력 2020.10.22
실업 문제가 나올 때 자주 언급되는 소설 가운데 하나로 채만식이 1934년 신동아에 발표한 `레디메이드 인생`이 있다. 제목 그대로 기성품처럼 만들어졌지만 취업이 되지 않던 지식인의 이야기다. 세계 대공황 여파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식민지 지식인이 얼마나 어려운 삶을 살았을지 짐작할 수 있다. 광복은 되었으나 분단과 전쟁으로 경제가 피폐했던 1950년대 역시 제대로 된 일자리는 구하기 어려웠다. 1959년 이범선이 현대문학에 발표한 `오발탄`에서 제대하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동생 영호와 미군을 상대하던 누이동생 명숙을 보며 괴로워하는 철호의 삶이 오발탄처럼 비쳤을 것도 상상할 수 있다.
소설의 배경이 됐던 일종의 취업 실종 시대는 원인이 무엇이든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면서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웠던 때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에도 그랬다.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없기에 결과는 언급한 소설 속 주인공처럼 생활고에 찌들고 좌절한 모습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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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전문 출처: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0/10/1081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