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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통상] [김병연 회원] 중앙시평: 나누지 못한 도시락과 양극화 (중앙일보 2021.11.10)
Date: 2021-11-10

중앙일보  |  김병연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장·경제학부 교수

입력 2021.11.10

 

한국의 소득불평등은 높은 수준
분배정책 효과 OECD 최하위권
양극화가 경제·정치 파괴하는데
양당 후보의 정책은 안일해 보여

 

부산 변두리의 한 초등학교를 다닌 필자에게 가슴 아픈 기억이 있다. 당시엔 한국전쟁 여파로 고아가 많았다. 필자의 학교에도 인근 고아원생이 한 학급에 서너 명 있었다. 가난하던 시절이었지만 대부분 학생의 책가방엔 어머니가 싸준 도시락이 들어있었다. 양은도시락에 반찬이라곤 김치나 멸치볶음 정도. 난로도 없던 교실에서 겨울에는 차가워진 밥을 덜덜 떨며 먹었지만 그래도 맛있었다. 그러나 기다리던 점심시간이 되면 고아원 학생들은 슬그머니 교실을 빠져나갔다. 검정고무신을 신고 보자기에 교과서를 싸서 허리춤에 매고 학교에 오던 이들에겐 도시락이 없었다. 점심을 먹고 운동장에 나오면 추운 겨울 양지 바른 곳에 모여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때는 몰랐다. 가난한 나라의 고아원엔 도시락까지 싸 줄 돈이 없음을, 친구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점심 종이 치자마자 밖으로 나갔던 이들의 마음을, 그리고 꾸벅꾸벅 조는 것은 허기가 져서임을. 우리는 무지했다. 다 가난해서인지 더 가난한 자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 후 이 상황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왜 초등학교 선생님은 친구를 위해 도시락을 하나 더 싸 오자고 제안하지 않으셨을까. 다 어려운 형편임을 아는지라 말을 꺼내기 어려우셨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결정은 옳지 않았다. 가난으로 인간다움을 빼앗긴 이웃이 있다는 것은 어린이도 알아야 할 불편한 진실이었다. 그리고 이들을 배려하는 것은 공동체의 핵심 가치라고 가르쳐야 했었다.

 

중략

 

기사 원문 출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22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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