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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산업•환경] [이정동 회원] ‘더 빨리, 더 싸게’의 함정…위기 대응력을 키워야(중앙일보 2022.12.05)
Date: 2022-12-05

중앙일보 | 이정동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과정 교수,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과학특별보좌관

입력 2022.12.05

 

미래 기술발전의 방향

2021년 3월 1일 강원도 영동지역에 88㎝의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사망자가 나오고 90명 이상의 부상자 소식을 전하는 뉴스가 숨 가쁘게 전해졌다. 간선도로에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사람들은 3시간에 1m도 움직이지 못했는데, 자동차 연료가 다 떨어져 간다고 불안에 떨었다. 영동 일대 시민들의 삶이 글자 그대로 올스톱 되었다.

기록적인 폭설이니 어쩔 수 없다 싶었지만, 제설차가 예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보이는 것에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했다. 알고 보니 해당지역 지자체가 12월 10일에서 3월 10일까지 계약해오던 기존의 제설장비 임차기간을 예산 효율성을 위해 1월과 2월 중 50일간만 임차하는 것으로 단축했다. 기존 기상자료를 분석한 결과 12월과 3월에는 폭설이 ‘거의’ 없었다는 패턴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중략

복구·보안 기술이 중요한 시대

“어떤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세금을 써야 할까”라는 질문에도 효율성 못지않게 취약성을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기술 선진국들이 국가전략기술을 이야기할 때 사이버보안이나 식품안전, 위생 관련 기술을 빼놓지 않고 이야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장 돈이 되느냐의 문제를 떠나 낮은 확률이지만 위험이 현실화했을 때 국민 전체가 입게 될 피해가 예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일흔이 넘은 한 기업인과 나누었던 대화가 잊히지 않는다. 기술자로 출발해서 기술기업을 일구었고, 지금까지 현장을 지키고 있는 존경할 만한 기업인이었다. 수십 년 기업을 키워오면서 얻은 인생교훈 한 가지를 귀띔해주었다. “좋은 기회를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치명적인 나쁜 일에 미리 대비하는 게 중요하더라.”

좋은 일이야 있으면 좋은 것이고, 없어도 다음 기회를 기다리면 되지만, 한 번의 치명적인 나쁜 일을 막지 못하면 기업이 망하기 때문이다. 같이 창업했던 동년배의 수많은 기업가가 좋은 기회를 놓쳐서가 아니라 대비하지 못했던 한 번의 나쁜 일로 사라져가는 것을 수십 년 보고서야 얻은 한 줄의 교훈이라고 했다.

 

기사원문출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23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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