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은 2500년 동안 서로의 장점을 받아들여서 각자의 문명 수준을 향상시켜 왔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하고 확산하면서 전 세계의 모범이 되었습니다.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에는 역사상 최고의 상호이익을 실현했습니다. 두 나라는 역동적인 세계경제의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유기적인 상호의존 관계를 맺어 성공모델로 자리매김해 왔습니다.
그런 양국관계가 최악의 상태에 빠진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과거사를 놓고 부딪치더니 마침내 경제와 안보에서도 충돌했습니다. 갈등은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절차 강화, 한국 기업에 대한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한국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지소미아 파기로 걷잡을 수 없게 악화됐습니다. 이렇게 서로 의존하게 해놓고 뒤통수를 치는 ‘상호의존성의 무기화’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두 문명국가의 수치입니다.
소용돌이치는 국내 정치와 선거에서 유·불리를 계산하고, 이성이 아닌 감정에 호소하는 과잉민족주의의 망령이 21세기의 동북아에 어른거리고 있습니다. 이제 반일과 혐한으로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려는 거친 언사는 중단돼야 합니다. “정치는 국경선에서 멈춰야 한다”는 외교세계의 지혜가 즉시로 발휘되어야 합니다.
한일 양국이 성숙한 관계에 돌입한다면 두 나라가 중심이 되고 중국까지 포함하는 지역 공동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아시아 특유의 역동적인 에너지와 수천년에 걸쳐 축적된 뛰어난 문명의 힘으로 아시아 평화·경제 공동체를 만들 수 있습니다. EU를 만든 유럽이 부러워 할 것입니다. 한일비전포럼은 앞으로도 건강하고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위해서 쉬지 않고 노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