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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 [김병연 회원] 대학 규제를 혁신하라 (중앙일보 2022.06.22)
Date: 2022-06-22

중앙일보 | 김병연  국가미래전략원 원장,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입력 2022.06.22

 

헝가리 출신으로 하버드대 명예교수였던 고(故) 야노스 코르나이(János Kornai)는 사회주의 경제체제 분야의 최고 석학이었다. 중앙계획경제에서는 권력이 정부로 과잉 집중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물자 부족이 심각해지고 기술발전이 정체된다고 그는 분석했다. 정부가 목표 생산량을 달성하도록 기업을 압박하니 기업은 생산에 필요한 물자 획득에만 관심이 있을 뿐 혁신은 엄두도 못 낸다는 의미다. 그가 50대 중반이란 나이에 조국을 떠나 미국에 정착했던 이유는 프린스턴 고등연구소를 방문 연구했을 때의 경험이 결정적이었다. 고등연구소에서 연구비를 주면서 언제 연구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는 의무는 물론 연구계약서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소액의 연구비를 감사받을 걱정으로 온갖 규정에 맞추어 쓰느라 연구하기 어려웠던 사회주의 헝가리에서의 경험과 대비되었다. 학자를 신뢰하고 마음껏 연구하도록 도와주는 미국이 부러웠던 차에 하버드대가 초빙을 제의하니 마음이 움직였다.

 

한국은 인재를 불러들이고 있을까. 불행히도 그 반대다. 외국 대학소속 교수가 최근 서울대에 방학 동안 객원연구원으로 오려고 했다가 포기했다. 공공기관 규정에 따라 12가지 서류를 제출해야 했기 때문이다. 학부와 대학원의 졸업증명서뿐 아니라 성범죄 경력조회 동의서, 성평등 교육 수료증까지 요구했다. 미국에서 교수로 임용될 때도 이력서 하나로 충분했다며 이런 규제를 안고 사는 한국 교수의 인내심에 존경을 표했다. 잘 알려진 외국 대학의 교수이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만은 한국은 예외 없는 ‘평등 공화국’이며 항상 과거를 탈탈 털어 서류를 내야 하는 ‘깨끗하고 투명한 나라’다. 교수가 된 이후에도 규정에 따라 해마다 인권·성평등 교육을 새로 받아야 하고 연구재단의 연구비를 받으려면 연구윤리 교육을 수강해야 한다. 이 교육이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도 없다.

 

 

 

중략

 

 

기사 원문 출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81005#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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