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 김명자 서울국제포럼 회장, 前 환경부 장관
기사입력 2022.08.15
지난 주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은 500㎜의 물 폭탄을 맞았다. 연평균 강수량(약 1200㎜)의 40%가 한꺼번에 쏟아진 극한강수로 인해 인명피해까지 났고, 배수시설 인프라는 제 구실을 못했다. 한편 제주지역은 80년만의 폭염을 겪었다. 이런 극한기상(extreme weather) 현상은 지구촌 곳곳에서 빈발하고 있다. 8월초 가장 덥고(최고 58도) 건조하다는 미국 데스밸리 국립공원에는 1000년에 한 번 발생할까말까 한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연평균 강수량 50㎜ 중 38㎜가 3시간에 쏟아지면서, NASA의 위성사진에는 건조한 사막협곡의 풍경이 거대한 호수처럼 찍혔다.
가뭄·홍수·폭염·한파·폭설·산불·사이클론 등 극한기상 사태는 지구온난화 시나리오에 들어있는 사건들이다. 기후변화 탓에 에너지·식량·수자원은 안보 차원의 전략적 자원이 됐고 그 확보를 둘러싼 국가간 경쟁이 치열하다. 2009년 영국의 존 베딩턴 수석과학자문관은 2030년경 세계가 식량과 물 부족, 유가 폭등의 ‘퍼펙트 스톰’에 직면하고, 기후변화와 대규모 재난민 이주가 복합되어 대격변을 겪게 되리라 경고했다. 통계상 2000~2019년 세계 자연재난 건수(약 7400건)는 1980~1999년(약 4200건)에 비해 1.8배로 늘어나고, 피해규모는 3조달러였다(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