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연 |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원장,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BK21 플러스 사업단 단장
입력 2022.11.09
북한 비핵화에 대한 비관론이 들끓고 있다. 한 외국 언론은 “북한이 이미 이겼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비핵화라는 정책 목표를 이제 포기해야 한다는 전문가 인터뷰를 싣기도 했다. 북한의 핵 보유를 암묵적으로 받아들인 상태에서 남북 간 군사 충돌 방지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드러난 상황만 보면 그렇다. 2019년 10월 스톡홀름에서의 북미 실무 회담을 끝으로 김정은은 미국의 대화 촉구에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 올 9월에는 핵의 선제 사용 가능성을 명시한 법을 제정했다. 최근에는 연이어 미사일과 포 사격을 감행하고 있다.
북한이 보여주려는 것만 쳐다보면 대북정책은 실패한다. 김정은이 감추고 싶은 사실을 간파해야 성공할 수 있다. 북한은 핵보유국 인정을 목표로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를 위해 강점은 드러내고 약점은 숨기려 한다. 운동경기로 비유하면 북한은 핵 고도화와 군사적 긴장 조성을 공격수, 경제적 자력갱생을 수비수로 운용하고 있다. 공격수로 한미를 압박해 비핵화를 포기하게 만들고 군축과 제재 해제를 맞교환하려 한다. 경제위기를 자력갱생으로 막는 것은 수비의 역할이다. 그 핵심은 취약성을 숨기고 성과를 강조해 상대에게 난공불락이란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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