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 김병연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입력 2021.04.28
김정은이 꺼내든 인간개조 사업
체제 위기 막으려는 절박한 시도
제재의 칼을 막으려는 종이 방패
주민 의식 변화로 성공할 수 없어
김정은은 지난 4월 초에 열린 당세포비서대회에서 집권 이래 처음으로 인간개조론까지 꺼내 들었다. 노동당 최말단조직의 책임자들이 모인 대회에서 그는 인간개조 사업을 적극 벌여야 한다며 ‘수백만 당원이 한 사람씩 맡아 교양 개조하면 모든 사회 성원들을 사회와 집단을 위해 몸 바쳐 일하는 성실한 근로자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심각한 경제난을 인정한 8차 당대회 이후 여러 회의에서 사상 무장과 반(反)부패 투쟁을 강조해온 것과 맥을 같이한다.
그러나 실증적, 역사적으로 인간개조 사업의 예비타당성을 조사하면 그 결과가 재앙에 이르지 않으면 다행이다. 김정은이 지적한 대로 비(非)사회주의 풍조는 북한에 널리 퍼져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김정은 통치 기간에 탈북한 1천명 이상의 주민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에서 살 때 자본주의보다 사회주의를 더 지지했다는 응답자는 15%밖에 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자신이나 가족보다 집단을 더 우선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15%에 불과하고, 뇌물을 주지 않고 살았다는 탈북민도 15%에 그친다. 주민 85%가 비(非)사회주의자인 셈이어서 북한이 공식적으로 표방하는 사회주의 이념은 껍데기만 남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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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 출처: https://news.joins.com/article/24045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