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 이정동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 前 대통령 경제과학특별보좌관
입력 2021.09.13
아직 아이디어 수출 단계에 그쳐
숱한 시행착오 통해 기술 키워야
연구·지식 공유할 시스템 필수적
대학·기업 넘어 국가서 구축해야
2003년 국산 신약이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후 11년 만인 2014년 국내 제약회사의 신약이 두 번째로 FDA의 승인을 받았다. 이 신약의 후보물질을 찾기 위해 1217번 실패를 반복했고, 이를 잊지 않기 위해 제품 코드명에 아예 이 숫자를 집어넣었다는 눈물겨운 일화가 숨어 있다.
0.04%도 안 되는 신약 성공률
신약개발은 지난한 작업이다. 보통 1만 개 정도의 잠재적 아이디어, 즉 후보 물질에서 시작한다고 할 때, 전(前)임상으로 불리는 동물실험을 통과하는 것은 불과 200여 개 남짓이다. 이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1·2·3상을 거쳐야 하는데, 그렇게 해서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겨우 1개가 될까 말까다. 성공률이 0.01%라고도 하고 0.04%라고도 하는데, 혁신적 결과에 이르는 문이 바늘구멍만큼이나 좁다는 것을 금방 이해하게 해주는 수치다. FDA 승인을 얻어도 시장에서 기대만큼 수익을 올리는가는 또 다른 문제다.
혁신적 자율주행차를 만드는 과정을 또 다른 예로 들어보자. 여러 가지 아이디어로 초기 버전을 만들고, 도로주행 등 각종 테스트를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아이디어 대부분은 폐기되고, 살아남은 것도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조금씩 개선해나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를 ‘스케일업(Scale-up)’ 과정이라 한다. 아이디어를 생각하기도 쉽지 않지만, 테스트하면서 버리고, 개선하는 과정은 실패 가능성이 크고, 여러 번 해본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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