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 윤영관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전 외교통상부 장관
입력 2022.01.15
2003년도 이야기다. 당시 노무현 정부에 대한 언론의 적대감은 대단했다. 물론 정부에 미숙한 측면이 없지 않았겠지만 비판하는 측도 이건 아닌데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한 언론사에서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핵심 네오콘 인사들과 그들에 동조하는 전문가들을 인터뷰하는 형식을 빌려 노무현 정부의 외교를 비판했다. 그 기사는 미국 측 인사들의 발언을 하나하나 소개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읽으면 노무현 정부가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민주주의에서 언론의 정부 비판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비판이 디디고 서 있는 시각과 논리다. 비판자가 우리 국익의 기준에서 이러저러한 방법론이 잘못됐다는 방식이 아니고, 미국 행정부의 시각과 잣대를 여과 없이 이쪽에 들이미는 것은 문제가 있다. 기사에도 국적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만일 미국 쪽 판단이 잘못됐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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