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 김병연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원장,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BK21 플러스 사업단 단장입력
입력 2024.06.20
과거를 제대로 평가해야 미래의 길을 찾을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최근 발간된 문재인 대통령의 회고록은 의미가 있다. 전직 대통령이 직접 북한 비핵화 관련 내용을 자세히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대통령의 지식과 판단력 부족이 실패의 주된 이유임을 확인했다.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복잡한 구조와 변화무쌍한 지정학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 문제의 뿌리였다.
대통령은 김정은의 말만 믿은 채 구조를 보지 못했다. 김정은과 대화하고 북미회담을 주선하는 데 온 관심을 기울였을 뿐 비핵화 합의가 가능한 조건을 만들 생각은 하지 못했다. 책의 여러 곳에서 나오듯 북한을 협상으로 이끈 가장 중요한 힘은 2016~17년에 발효된 경제제재였다. 그렇다면 이를 강화해 북핵의 매도호가를 떨어뜨려야 협상이 타결될 수 있었다. 성공 가능성은 있었다. 2017년 하반기의 제재 강도가 계속 유지되었다면 2019년 정도에는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부분적 비핵화와 일부 제재 해제가 시작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은 김정은을 너무 빨리 협상에 불러냈다. 2018년 4월에 판문점회담이 열린 것이다. 또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제재라는 우군을 오히려 제약 조건으로 간주해 결과적으로 핵의 매도호가만 올려주었다. 하노이회담의 실패를 예견했다면 남한이 선제적으로 제재를 해제했을 것이라며 아쉬움마저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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